고문서
- 구분
- 고문서 > 간찰 > 한문간찰
- 보낸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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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정동유
- 받는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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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변 아사
- 보낸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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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1785년 12월 10일
내용
貽阻隔年 豈無一便而金玉其音乎 必責此漢之先候而靳其一字耶 可憾 卽惟至寒靜履安勝 仰慰 初擇今年又屈云 每年如此 何時見科慶耶 咄咄萬萬 東愈自南歸後 親患跨冬尙苦 焦悶如何 何間欲作洛行耶 深企深企 憂撓不宣
辛丑至月初八日 東愈頓
二曆送似
소식 막힌 지 한 해가 지났습니다. 어찌 인편이 하나도 없어서 소식이 귀했겠습니까? 필시 이 놈〔漢〕이 먼저 편지하기를 기다리며 편지 한 자를 아낀 것이겠지요. 유감스럽습니다.
지금 동짓달 추위에도 정양(靜養) 중의 안부가 평안하시리라 생각하니, 위로가 됩니다. 초택(初擇)에는 금년에 또 떨어졌다고 하는데, 매년 이러면 과거 급제의 경사는 언제 봅니까?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. 저는 남쪽에서 돌아온 후 부모의 환후가 겨울까지 걸쳐 아직도 심하니, 애타는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. 언제쯤 서울 행차를 하십니까? 마음 깊이 고대합니다. 수심과 소란 속에 쓰기에 이만 줄입니다.
1781년 11월 8일 동유(東愈) 올림.
달력 두 개를 보냅니다.(탈초․번역: 하영휘)
※ 초택(初擇): 조선 시대 때 지방 관내에서 치르던 소과(小科) 초시(初試)에 응시할 선비를 대상으로 미리 시험을 한 번 보아 가려 뽑던 일
해제
이 편지는 정동유(鄭東愈, 1744~1808)가 부안의 매산에 사는 변(邊) 아사(雅士)에게 보낸 것이다. 그가 지방 수령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간 후 보낸 것이다.
과거 급제를 축하하는 사연은 편지에 간혹 나오지만, 이처럼 ‘급제는 언제 하느냐?’며 과거 낙방을 대놓고 나무라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. 두 사람 사이가 이 정도로 흉허물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? 정동유가 봉투에 ‘雅士〔반듯한 학자〕’라고 쓴 것을 보면, 편지의 수신자 변 아사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.
정동유와 변 아사, 두 사람은 지우(知友)였던 것으로 보인다. 편지의 사연에는 정이 넘치지만, 글씨와 서식에는 예가 깍듯하다. 수령과 지방의 반듯한 학자 사이의 담백한 우정을 엿볼 수 있다.
정동유는 실증적이고 논리적인 학자였는데, 자신이 엮은 《주영편(晝永編)》이라는 책에서 세상의 많은 분야에 관한 비판과 고증을 가하고 있다. 특히 그는 훈민정음을 깊이 연구한 언어학자이기도 했다.(해제: 하영휘)